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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8.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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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색채의 향연

 

(국내매일) 안오명 기자 = 내가 예술이라고 부르면 예술이 되는 현대미술에서 예술성의 높고 낮음의 차원은 사라졌고 형형색색의 다양성과 개인성만이 병존할 따름이다. 따라서 작품에 대한 평론은 평가가 아니라 바라보는 감상자의 주관에 주어지는 대로 또는 작품 있는 그대로의 음미라고 생각한다.

 

이귀화의 작품을 마주대하기 전에 전시되는 그림들이 혹시 이전에 보았던 꽃그림이 아닐까 기대했었는데 의외로 또는 다행이도 너무도 흔한 주제인 꽃그림은 아니었다. 이메일로 보내온 몇 개의 그림은 자연 속을 거닐면 아무 곳에나 깔려있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밟고 지나가는 말그대로 잡초 또는 풀잎들이 무질서하게 널브러져있는 듯했다. 풀이 서있는 모습을 뒤러처럼 그렸다면 그것은 정물화나 풍경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통적 의미의 회화가 아니라 한층 더 감각적이고 여러 감각들이 어우러진 공감각적인 통합감각적인 색면들의 추상적 건축술이었다. 풀냄새와 풀의 다소 깔깔한 촉감이 느껴지고, 풀의 나부끼는 낮은 음성, 더 나아가서 풀의 심장 풀의 슬픔이 묻어나오는 그림이다. 심지어는 이것이 풀이 아니라 녹색평면덩어리들로서 작가에 의해 요리되고 익혀져 그대로 보는 이의 가슴에 던져져 그대로 먹혀질 수 있는 추상적 점선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색은 명도로 볼 때 흑백의 중간에 위치하는 가장 평온한 색이고 칸딘스키에 따르면 너무 자족해서 움직일 필요가 없는 배부른 황소와 같은 상태이며 몬드리안이라면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비천한 색이며 삼원색이 아닌 중간색 비이성적인 색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귀화의 그림은 평화롭고 온건하며 튀지않는다. 콜라주도 아닌 순수붓질 그리고 더군다나 사각이라는 전통적 평면틀을 유지하기 때문에 더더욱 온건해보인다.

 

자연속에 묻혀 작품활동을 하는 이귀화 작가에게 녹색은 가장 안전하고 따스한 고향같은 색일 것이다. 색면덩어리들은 마치 백남준작가의 비디오처럼 당분간은 이귀화작가의 친숙한 예술재료일수도 있다. 색면덩어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선분의 연속은 우리를 무한한 자연과 우주 속으로 끌어들이는 숭고한 단색조의 바다는 아닐까...연한 블루와 연한 레드가 뒤섞인 그림속 태초의 생명체의 꼬물거림은 아득하기도 하고 아직 닿지못한 미지이지만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이 전시된다는 것은 곧 새롭다는 것을 암시하며 새로움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작품들의 새로움은 극을 치닫는 놀라울 정도의 새로움이다. 그 계기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 이귀화작가의 하나의 스타일에 구속됨이 없이 늘 변화해가는 카멜레온의 본질을 기대해본다. 피카소가 말한 것처럼 자연에는 반복이 없는 것,..자연처럼 그릴것.

 

작가노트에서 이귀화 작가는 말한다. “풀의 소리를 듣다.” 작품 속에서 풀의 향기로운 음성이 들린다.. 그소리에 따라 그림을 그리고 겸손하게 자신의 생을 다스리는 작가가 상상된다.

 

 조정옥 : 철학박사 성균관대에서 예술철학을 강의. 저서로는 예술철학 예술치료이야기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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